백운 이규보(白雲 李奎報)의유차시(孺茶詩)

 

인생은 온갖 맛을 즐김도 귀중하니

하늘도 사람을 도와 절후를 바꾼다.

봄에 자라고 가을에 성숙함이 당연한 이치이니

이에 어긋나면 그것은 괴이한 일.

그러나 근래 습속은 괴이함을 좋아하니

하늘마저 인정(人情)의 즐겨함을 따르는구나.

시냇가 차 잎사귀 이른 봄 움트더니

황금같은 여린 싹 잔설 속에 자랐네.

남방사람 맹수도 두려워 않고

험난함 무릅쓰고 칡넝쿨 휘잡으며

일만 잎 따 모아 차 한 덩이 만드니

이는 필시 남보다 앞서 임금님께 드릴 진품

선사는 어디서 이런 귀중품 얻었는가.

손에 닿자 향기가 코를 찌르고

활활 타는 화톳불에 손수 차 달이니

꽃무늬 자기에 따라 색깔을 자랑하네

입에 대니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마치 어린 아이 젖내와도 같아

부귀한 가문도 쉽게 볼 수 없는 것을

우리 선사, 이를 얻음이 괴이하고 괴이하구료

남방사람 선사 처소 알지 못하니

맛보고 싶어한들 어이 전해 줄 손가.

이는 필시 구중 궁궐에서

고덕한 선사 대우해 예물로 보내준 것을

차마 마시지 못하고 아끼고 간직하다

봉물(封物) 중사(中使) 편에 내게 보냈겠지.

나는 이제 세상살이 잊어버린 나그네

좋다는 혜산천(惠山泉) 물 감상하긴 했지만

평생 불우하여 탄식 속에 살아 왔는데

일품을 감상함은 오직 이것뿐인가 하네

귀중한 차 마시고 어이 사례 없을 손가

공에게 맛좋은 봄술 소식 전하노니

茶들고 술 마시며 보낸 한 평생

오며가며 풍류놀이 시작해 보세

 다음 다시 계속              home_hanging.gif